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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빈 다트


어릴 적 경험은 중요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로.
가족들과 디즈니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갔다가 삶의 방향성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
디즈니, 픽사가 제작한 굵직한 애니메이션 작품에 아트 디렉터 또는
콘셉트 디자이너로 참여한 케빈 다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아이 매거진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겸 아트 디렉터, 케빈 다트(Kevin Dart)입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 살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TV인지 영화인지에 따라 조금 다릅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같은 TV 프로그램의 경우 아트 디렉터로서 작품의 전반적인 시각 스타일을 정의하고, 전체 디자인 팀을 총괄하며 시리즈 제작에 필요한 모든 미술 작업을 감독합니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경우에는 콘셉트 아티스트로서 제작 초기 단계에서 전체 방향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콘셉트 이미지를 디자인합니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디즈니의 ‘빅히어로(Big Hero 6, 2014)’와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5)’에서는 콘셉트 아티스트로 활동했고, ‘파워퍼프걸(The Powerpuff Girls)’은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었어요. ‘닌자보이 랜디 시즌2(Randy Cunningham : 9th Grade Ninja)’는 오프닝 영상 감독으로 작업했었고요.


주로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는군요.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계기가 있었나요.
1990년대 초 가족들과 함께 디즈니 MGM 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디즈니 할리우드 스튜디오(Disney's Hollywood Studios)라고 불리더군요. 그곳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업무 현장을 볼 수 있었죠.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일로 다가왔고 애니메이션에 반해버렸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직업으로까지 삼게 됐네요. 애니메이션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줘요. 애니메이션 영상이 세상을 더욱 독창적이고 주관적으로 담아낸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에게도 작업물을 공개해줄 수 있나요.
스튜디오 작업 이미지들은 회사 소유라서 공개하기는 힘들어요. 아쉽군요. 대신에 스튜디오와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가 아닌 제가 직접 작업한 프로젝트를 소개할게요.


아트 디렉팅 외에도 직접 일러스트 작업도 하는군요! 웹사이트에 올린 ‘자연 속의 형태(Forms in Nature)’라는 애니메이션 영상(vimeo.com/155262093)은 직접 만든 건가요?
친구들과 같이 만들었어요. 작품 콘셉트 설정과 비주얼 작업은 제가 했고, 친구들은 애니메이션 및 음향 효과 작업을 했고요. 영상 주제는 ‘자연과 과학의 연관성’이에요. 제가 과학에 관심이 많거든요. 특히 우주와 자연 속 아름다운 현상들도 좋아해요.


디자이너와 과학의 흥미로운 결합이군요. 전반적으로 당신의 작품 스타일은 어떤지 설명해주세요.
제 작품은 주로 크고 강렬한 형태이고, 미묘한 색상 팔레트와 미니멀한 구성을 활용합니다. 그 밖에는 여러 기법을 혼합해 작업하는 방식을 제일 즐깁니다. 예를 들어 3D 모델을 납작한 그래픽 디자인과 결합하거나 인위적인 스타일이 많이 들어간 디자인을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채색 기법으로 색칠하곤 하죠.


작품 구상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모든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려 천천히 완성한 것들입니다. 아주 예전부터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합친 버전인 거죠. 틈틈이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목록으로 만들어 저장해둡니다. 모든 영감을 하나로 연결하는 거죠.


정말 꼼꼼하네요. 주로 어떤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인가요.
다른 아티스트나 영화, 음악 등의 요소로부터 영감을 얻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로버트 맥기니스(Robert McGinnis), 존 버키(John Berkey), 찰리 하퍼(Charley Harper), 산업 디자이너 시드 미드(Syd Mead), 애니메이터 존 헨치(John Hench), 그래픽 디자이너 솔 바스(Saul Bass) 등을 좋아해요. 특히 아트 디렉터 스콧 윌스(Scott Wills)는 제게 큰 영감을 준 롤모델이에요. 그의 다재다능함과 자신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어요.


창의성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한몫할 것 같은데요. 즐겨 쓰는 툴이 있나요?
어도비 툴과 스케치북을 사용해요. 디지털 작업도 편하지만 스케치북으로도 작업해요. 요즘 대부분 디자이너가 디지털 툴을 주로 사용하지만, 디지털 작업 능력과 디자이너로서의 성공이 비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그림 그리는 과정을 담은 영상(vimeo.com/157091458)이 인상적이었어요.
해당 영상의 채색 과정은 몇 년 전 카툰 네트워크에서 배경 아티스트로 활동했을 때 작업한 것입니다. 당시 맡은 프로젝트의 아트 디렉터였던 스콧 윌스로부터 빠르고 체계적으로 그리는 기술을 전수 받았죠. 작업하기 전에는 참고 작품 수집 과정을 중시해요. 이 단계에서 작품의 빛과 색 분위기를 결정하기 위해 대략 색상 키를 잡거든요. 그러면 실제 채색에서 더욱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어요.


2016년 5월 5일 열린 어도비의 ‘메이크잇(MAKE IT) 컨퍼런스’에서도 색깔에 대해 언급했죠.
색채를 너무 논리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어요. 자연의 색채는 예상 불가능한 ‘비논리적인’ 방향으로 변해요. 색채를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도 맞지 않아요. 그래서 감성적이고 상징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해요. 그림을 그리기 전에 기분을 상상해 머릿속으로 간직하고 있다가 그 느낌으로 색채를 해석하는 식이죠. 예를 들어 행복이 파란색으로 다가올 때도 있고, 파란색이 슬픔으로 사용될 때도 있어요. 정해진 규칙은 전혀 없어요.


색채 이야기를 더 듣고 싶네요. 그런 색채 시각을 애니메이션에는 어떻게 반영하나요.
애니메이션에는 컬러 스트립트(Color Script)를 잘 적용해야 해요. 컬러 스크립트는 스토리 전체의 감성적인 색채 라인을 구성하도록 도와줍니다. 모든 것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색깔들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Forms In Nature’에 있는 컬러 스크립트를 사용해보셔도 좋습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캐릭터들이 감정별로 다른 색깔을 지녀서 각 캐릭터가 더욱 살았던 것 같아요. 해당 애니메이션의 콘셉트 아티스트로서 작업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요.
‘인사이드 아웃’의 초기 프로덕션 단계에만 참여해서, 캐릭터의 최종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어요. 초기 콘셉트 구상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람의 마음속을 시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관련 자료가 거의 없었거든요. 사람 마음속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직접 생각해내야 했죠. 제약도 없고 가능성이 무한하게 열린 일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색채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해요.
제일 먼저 소통하고자 하는 분위기나 감정을 떠올려요. 행복한 그림에는 불규칙하고 각진 모양을, 슬픈 그림에는 어두운 색깔에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해봐요. 하지만 막상 그려보면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자주 있어요. 그럴 때는 바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직접 그리지 않고서는 생각해 낼 수 없는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기도 해요.


자신만의 스타일도 있으면서, 스토리나 캐릭터 가이드라인에 따라 절충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유키 7’의 캐릭터는 볼륨감 있는 스파이 소녀였고,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Mr. Peabody & Sherman)’는 동물과 남자아이가 주인공이었죠.
다양한 스타일의 캐릭터를 작업하는 게 흥미롭죠. ‘유키7’ 캐릭터를 정말 아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작업물이 스파이 소녀 캐릭터이길 바라지 않아요. 모든 이야기에 같은 캐릭터가 사용된다면 따분할 테니까요.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 작업은 즐거운 도전이에요. 각 작품의 메시지에 충실하면서 제가 흥미를 느꼈던 요소를 결합해 작업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최대한 결과물을 특별하게 만들어가는 거죠.


‘유키 7(Yuki 7)’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작업했었나요?
유키 7은 지인 아티스트인 스테판 코델(Stephane Codel)과 함께 만든 ‘유키 7과 가젯걸스(Yuki 7 and the Gadget Girls)’라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에요. 유키 7은 볼륨감 있는 몸매를 가진 패셔니스트이자 스파이 소녀랍니다. ‘yuki-7.com’에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파워퍼프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릴 때 파워퍼프걸의 광팬이기도 했고요(웃음). 디자인, 스토리, 유머 스타일까지 딱 제 스타일이거든요. 언젠가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작업을 하리라 꿈꿨었죠. 그 후에 아트 디렉터로 데뷔한 작품이 파워퍼프걸이었어요. 꿈은 정말 이뤄집니다! 많은 것을 배웠던 뜻깊은 프로젝트였어요. 그리고 크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프랑스의 스튜디오와 함께한 ‘쥬 시 비양 꽁떵뜨(Je Suis Bien Content, 나는 매우 만족하다)’도 기억에 남아요. 팀원들이 정말 훌륭했고 협업도 즐거웠거든요.


프로젝트 자체뿐만 아니라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다면 알려주세요.
비틀즈 멤버인 링고 스타(Ringo Starr)를 만난 일이요! 작품의 목소리 출현자로 만나게 됐죠. 비틀즈 팬으로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제 눈앞에서 그가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다니. 상상도 못 했던 꿈을 이룬 기분이었어요.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우선 재미로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어서 공개해보세요. 스튜디오에서 당신의 작품을 구매하거나 선택받기를 기다리지만 말고요. 자신이 괜찮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이런 아이디어를 완성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까지 만들 수 있다고 세상에 보여주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종 꿈은 뭔가요.
제 꿈이요? 소박해요. 현재 친구들과 애니메이션 작업하는 게 정말 행복해요. 앞으로도 친구들과 지금처럼 즐겁게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이어가는 게 최종 목표에요.